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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무성하고, 풍성하게 아름드리나무처럼 - 김태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비전로드 VOL8. 인터뷰



기부는 보통 받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곤 하죠. 

그런데 막상 기부를 해보면 기부한 사람 자신에게도 좋은 영향이 많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올라간다고 할까요? 

그래서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기긍정 효과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서관’은 우리나라 의학계를 이끌어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사용할 공간이기에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연구로 안과계를 이끌다.

“저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죠. 팀원들 모두 오랫동안 연구했던 결과가 학계에서 인정을 받은 점이 가장 기쁩니다.” 지난 4월, 안과 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27회 톱콘안과학술상(주관 의학신문사)’을 수상한 김태우 교수는 함께한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태우 교수는 녹내장의 발생기전에 따라서 시야 결손의 발현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이는 향후 개인별 맞춤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원발 개방각 녹내장에서 중심시야장애와 유두주위 맥락막 미세혈류결손’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대한안과학회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91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김태우 교수는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해 진료와 연구 양 방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안과 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치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업적도 여럿 냈다. 깊이증강 빛간섭단층촬영 기법을 이용해 시신경내부 영상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고 이를 통해 2010년에는 미국안과 학회 최우수연구논문상을, 이듬해인 2011년에는 세계녹내장학회에서 수여하는 화이자 우수연구자상을 수상했다. 특히 사상판 연구에 있어 김태우 교수는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외를 통틀어 사상판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때문에 녹내장을 앓았던 시신의 눈을 적출해 관찰하거나 안압을 높인 원숭이의 사상판을 비교해 녹내장과의 연관을 확인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태우 교수는 세계 최초로 녹내장수술 후 변형된 사상판이 다소 복원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혀 사상판  연구가 활성화하는 신호탄을 쐈고, 최근에는 사상판의 변형 정도를 사상판곡률을 통해 관찰하는 방법을 독자적으로 고안하는 등 사상판 관련 연구를 이끌어가고 있다.  “녹내장은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할 만큼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저 자신도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죠.  환자들이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연구해야겠다고 늘 다짐합니다.”


“기적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태우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다니던 시절, 자신을 ‘무난했던 학생’이었다고 평가한다. 친구들과 두루 원만히 지내고 공부도 열심히 하며 여느 학생들처럼 평범하게 지냈다는 것. 그런 그에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 “공부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친구들과  도서관 앞 벤치에서 자판기 음료수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길 많이 했어요. 그 시간이 참 좋았어요. 공부 잘하던 친구에게 공부하면서 모르는 부분을 묻기도 하고 그랬죠.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도 공부하느라 바빴을 텐데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참 고마웠죠.”


김태우 교수는 평생 치료와 연구에 집중할 전공으로 ‘안과’를 택했다. 안과는 내과와 외과의 요소를 두루 갖춘 분야다. 수술을 통해 환자의 안질환을 극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고 연구를 통해 개척해야 할 점이 많다는 점이 김태우 교수의 도전정신을 불러일으켰다. ‘무난했던 학생’은 현재 안과 분야에 있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의학자이자 간절한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 성장했다.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진료와 연구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태우 교수는 ‘자신이 처한 위치가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며 말을 이어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연구 성과를 내고, 서울대학교병원을 믿고 찾아오는 환자를 종착역에 도달한 환자로 생각하고 성심 성의껏 치료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저를 움직이는 것 같아요. 그것이 의학자이자 의사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로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태우 교수는 연구실 한 켠에 놓아둔 액자를 꺼내왔다. ‘기적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실명 위기에 처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김태우 교수를 찾아왔던 한 고등학생이 직접 써서 선물한 것이다. “이 환자가 저를 찾았을 때는 양쪽 눈이 거의 안 보이는 상황이었어요. 한쪽 눈은 실명할 수도 있을 만큼 긴박했어요. 여러 병원을 다니며 시간이 지체됐고 병세는 악화됐던 터라 신속하게 수술을 진행했어요. 다행히도 한쪽 눈은 정상 시력을 되찾았고 다른 한쪽 눈도 실명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그 당시 의사로서 엄청난 보람을 느꼈어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학생이 꿈을 포기하려던 무렵, 김태우 교수를 만났고 새로운 세상을 선물받았다. 그 학생에겐 말 그대로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다.


선배와 동문들의 반드시 해야 할 일

톱콘안과학술상의 영광을 차지하고 상금 1,000만 원까지 거머쥔 김태우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발전후원회에서 추진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서관’ 건립에 상금 전액을 쾌척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오늘을 있게 한 이유였기 때문이다. 김태우 교수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서울대학교 학생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선한인재장학금에 매달 후원금을 보내는 등 꾸준한 참여를 지속하고 있다. 김태우 교수에게 기부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연구 성과를 내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기여한다고할 수 있을 테지만 김태우 교수는 의사로서 얻는 수익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면서 또 다른 차원의 기여를 하고자 한다. 


“기부는 보통 받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곤 하죠. 그런데 막상 기부를 해보면 기부한 사람 자신에게도 좋은 영향이 많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올라간다고 할까요? 그래서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기긍정 효과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서관’은 우리나라 의학계를 이끌어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사용할 공간이기에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선배로서 또 동문으로서 모교에 기부하는 것은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태우 교수는 앞으로도 사상판 연구를 지속하면서, 환자들이 고충을 겪지 않고 편리하게 치료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할 계획이다. 이야기를 마칠 무렵 인생의 좌우명 같은 게 있다면 말해달라는 부탁에 김태우 교수는 <명심보감> 중 ‘내가 남을 해롭게 하면 이것이 화요, 남 이 나를 해롭게 하면 이것이 복이요’란 구절을 소개했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김태우 교수. 그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심은 아름드리나무 한그루가 머지않아 울창한 숲으로 우거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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