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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만나다 - 성형외과학교실 백롱민 교수

모두의 마음이 모여 아이의 인생을 희망과 미소로 가득하게 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이를 위한 열정과 헌신은 바로 사랑입니다.

“모두가 힘을 모으고, 뜻을 모아서 이루어지는 의료봉사는 그 아이와 부모의 입장에서는 기적같은 일이다.

하지만 시간과 돈이 문제인 것이 사실이다. 더 많이 하고 싶지만 시간을 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만만치 않은 비용도 문제인 것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일하는 서울대 백롱민 교수는 아이들의 미소를 위해 25년을 헌신해 왔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의 수장인 그는 국내 아이들 뿐 아니라 의료혜택을 받기 힘든 해외의 어린이들에게 환한 미소를 되찾아 주고 있다.

그가 처음부터 이 일을 직접 시작한 건 아니었다. 90년에 레지던트를 마치고 당시 성형외과의 대부와도 같은 백세민 선생님 밑에서 10여년 동안 일하게 되었다. 몇년 동안 밤새 수술을 하고, 극한 노동에 가깝게 생활하던 중 당시 의료취약계층을 위해 주말마다 농촌으로 봉사 활동을 다니신 백세민 선생님의 영향으로 함께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얼굴기형은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었다. 넉넉치 않은 형편의 부모들은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얼굴기형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아이들은 집안에만 갇혀 지내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의료진이 직접 가서 진료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처음엔 사비를 털어 몇 명을 진료 해줬으나 한계가 있었다. 이 후에 동료들의 도움을 받게 되고 나중엔 규모가 커져서 동호회와 비슷하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얼굴기형 뿐아니라 다른 모든 의료봉사의 시초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엔 젊은 나이였으니, 주말이 되면 놀고도 싶고 억지로 가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하면 할 수록 보람되고, 나 자신이 더 성장하는 듯 했습니다. 4~50여명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빽빽하게 모여있는 보건소의 모습을 보면 책임감 같은 것도 느껴졌지요. 전국을 거의 안가본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친한 친구가 안동에 있었는데 안동을 10여년
동안 다니면서 그 친구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늘 보건소 주위에만 있어서 안동에 그리 큰 호수가 있는지도 몰랐었지요.”



비교적 순조롭게 국내 의료봉사활동이 잘 진행되었다. 동료들의 마음이 한데 잘 모인것이 큰 힘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더 넓은 곳으로 향해 있었다.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얼굴기형을 가진 해외의 많은 아이들을 위한 진료를 시작하기로 한것이다. 어느나라로 갈지,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북한, 중국, 필리핀 등 여러나라들이 물망에 올랐는데 베트남을 선택하게 되었다. 90년대 초반 개방개혁을 통해 베트남과 우리나라가 수교를 하게 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베트남은 갈 때마다 매번 다른 곳으로 간다. 지방자치구가 50여군데로 각 구마다 우리식의 도립병원이 한군데씩 있다. 그 곳에서 진료와 수술을 한다. 대부분의 병원환경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그곳에서 쓸 수 있는 장비는 거의 없다. 침대와 수술대 정도이다. 머리에 쓰는 수술용 헤드램프를 포함해 수술기구, 소모품, 마취기, 환자용 모니터 등 거의 대부분의 장비를 가지고 간다.
베트남에 도착하면 4~5개의 수술방을 빌려서 장비를 설치한 후 우리가 사용하고 장비를 그대로 놔두고 돌아온다.

“수술을 해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평생 물고기를 잡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우리는 낚시대도 가져다 주고, 방법도 알려주는 것입니다. 진료와 교육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죠. 수술하는 동안엔 현지 의료진이 참관 합니다. 하지만 며칠만에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기 때문에 한국으로 초청해 연수의 기회도 주고 있지요. 서울의대도 과거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미네소타 병원에서 연수를 받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지요. 우리는 지금 우리가 받았던 원조를 베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의미의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얼굴기형을 가진 아이들은 대부분 여러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여러번의 수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여러번의 수술을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한번의 수술만으로 끝나는 구순구개열과 손가락 기형인 합지증, 다지증,안검하수증 등의 수술을 해주게 된다. 수술 후 케어가 어려우면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크고 복잡한 수술의 경우 한국으로 데리고 와서 수술하는 경우도 꽤 있다.

“베트남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다보니 다른 나라에서도 요청이 오고 있습니다. 처음 라오스에서 제의가 들어왔는데 베트남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여력이 안되었습니다. 우리는 한번에 30여명의 인원이 움직입니다. 지금은 인원을 모으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사람을 모으는 것이 제일 힘들었지요. 현재는 서울의대의 교수들을 포함해 간호과, 마취과 선생님들이 함께 합니다. 의대 학생들도 시간과 상황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함께하고자 하지요. 그리고 다른병원에서 일하거나 개원의들도 병원문을 닫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지요.”

모두가 힘을 모으고, 뜻을 모아서 이루어지는 의료봉사는 그 아이와 부모의 입장에서는 기적같은 일이다. 하지만 시간과 돈이 문제인 것이 사실이다. 더 많이 하고 싶지만 시간을 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만만치 않은 비용도 문제인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 처음부터 SK그룹이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 외국으로 나가는 의료봉사의 경우너무 많은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이 감당할 수는 있는 금액이 아니지요. 베트남보다 규모는 작지만 미얀마에도 봉사를 나가는데 올해부터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좋은 일에 동참하고자 뜻을 함께 해주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개인 사비를 모아서 진행하기도 하지만 그 금액은 대부분 국내 아
이들을 위해 사용합니다.”

세민얼굴기형돕기회는 현재까지 베트남에서 3,000명을 수술해 줬다. 하지만 숫자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배워간 베트남 현지 전문의가 벌써 10여명이다. 그들이 베트남 얼굴기형 수술 분야에서 중견이 되어 소사이어티를 이끌고 있다. 이것이 더 보람되고 값진 일인 것이다.

“돈은 없으면 구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지요. 사실 제가 이 일을 20여년 동안 계속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힘이 닿는데까지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마치 굴러가는 기차처럼 멈추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관성이 생겨서 안가면 이상하지요.”

어느새 머리카락이 희끗해진 중년 의사의 얼굴에 아이처럼 천진한 미소가 퍼진다. 아이들을 위한 그의 희생과 열정은 삶을 보다 가치 있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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